용(龍)이 품에 안기는 꿈을 꾸고 태어난 율곡은 어렸을 적 이름이 현룡이었으며, 매우 총명한 아이었다. 어느 날 시주를 받으러 온 노승이 아이를 보고 ‘나라를 이끌어갈 큰 재목인데 안타깝다’며, ‘일곱 살이 되면 호환(虎患)에 죽게 될 운명을 타고났소이다.’하는 것이었다. 이원수 공이 깜작 놀라며 ‘아들이 어떻게 하면 난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까?’ 하고 물으니, 노승은 처음에 아무 말도 없다 공이 하도 지성스럽게 물으니 그제서야 천천히 말문을 열면서 『활인적선(活人積善) 하여야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덕을 많이 쌓아올린다면 그 화를 면할 수 있을 것이요. 그런데 덕을 쌓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남의 생명을 천 명 가량 살려야 하겠는데 사람의 생명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니 사람 대신 즉 남의 집 신주(神主)가 되어 대대로 자손계승(子孫繼承)을 시키는 밤나무를 천주(千株)만 심으면 그 화를 면할 수 있는데 그것도 특별히 주의하여 그 아이가 일곱살 되는 모월 모일에 그 아이를 절대로 밖에 내보내지 말고 방속에다 깊이 숨기고, 또 늙은 중이 와서 그 아이를 보자 하거든 또 절대로 면회를 시키지 말고, 나도 많은 덕을 쌓은 사람인즉 내 아들은 함부로 잡아 가지 못한다고 그 밤나무를 보이면 무사하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을 하니 원수는 그의 말에 크게 놀라고 감탄하였다. 공은 부인 사임당에게 전후 사연을 말하고, 그때부터 고향인 화석정 앞 집주위에 밤나무 심기를 힘써서 천주의 밤나무를 심게 되었다. 율곡이 일곱 살이 되던 해 모월 모일이었다. 원수 부부는 노승의 말과 같이 그날에는 특별한 주의를 하여 첫 새벽부터 율곡을 안방 한구석에다 깊이깊이 가두어 두고 방문까지 잔뜩 걸어 닫은 뒤에 그 동네에 있는 젊은 청년들을 모아다가 특별히 지키게 하고는 의관을 단정히 하고 사랑에 앉아서 향을 피우고 주역(周易)을 낭독하면서 그 시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안 있었더니 과연 백발이 성성한 늙은 중(僧) 하나가 갈포장삼에 굴갓을 쓰고 대문 밖에 와서 목탁을 두드리며 『관세음보살 마하살 무상심심 미묘법 백천만겁난재위』 하고 염불을 하며 동냥을 청하였다. 대문을 지키고 있던 하인은 『안에는 아무도 안계시니 사랑으로 가보시오』 하고 말하였더니 그 노승은 다시 사랑으로 와서 원수에게 합장배례(合掌拜禮)를 하며 자기는 금강산 유점사 중으로 시주를 받으러 왔다하며 『주인 아기는 어디 갔습니까?』 하고 묻는다. 원수는 그 중의 말을 듣고 크게 소리를 치며 호령을 하되 『네가 어찌 나를 속이느냐. 나도 적덕을 많이 하였는데 어찌하여 내 자식을 해치려고 하느냐. 내 자식은 감히 해치지 못할 것이다.』하니 그 노승은 조금도 무서워 하는 기색이 없이 또 말하되 『댁에서 무슨 적덕을 하였소?』 하고 반문을 하였다. 원수는 밤나무 천주를 심은 것을 말하였더니 노승은 조금도 곧이 듣지 않아 원수가 그 노승을 데리고 집 뒷산으로 가서 그 밤나무를 보였더니 노승은 또 수요가 과연 맞는가 하고 하나하나 세어 보자고 하면서 원수와 같이 나무를 세게 되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스물 서른 마흔...... 백 이백 삼백 사백 이렇게 세어서 구백 아흔 아홉까지는 수가 틀림없이 맞았으나 천 번째 되는 한 나무가 마침 소(牛)를 매었던 까닭으로 말라 죽고 수에 차지 못하였다. 그 노승은 돌연 변색을 하고 원수를 돌아보며 책망을 하되 당신 같은 정직한 사람도 거짓말을 하여 천명(天命)을 거역 하려느냐 하고 아이를 또 급히 내놓으라고 하니 그 때에는 아무리 대담한 원수라도 용기가 없어져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당황하였다. 그런 던 차에 이상하게도 어떤 나무 하나가 말을 하며 『나도 밤나무』 라며 나서서 천주를 채우니 노승도 그제서는 어찌 할 수 없었던지 크게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큰 호랑이로 화해서 도망을 가고 말았다. 그리하여 율곡 선생은 그 화를 면하고 잘 자라서 유명한 대학자가 되었는데 고향에는 지금도 밤나무와 비슷한 『나도 밤나무』란 나무가 있는데 그때에 그 나무가 이율곡 선생을 살려냈기 때문에 일명 활인수(活人樹)라고 하고, 동리 명칭도 율곡리로 하였으며 선생의 호도 율곡(栗谷)이라 호칭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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