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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문화원은 우리 고장의

  • 전통문화 보존계승과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주 옛 이야기

우리 고장 파주의
옛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3 관리자 2022-12-20 366
판문교(板門橋)에 얽힌 전설
고려 말엽,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년전의 일이다. 지금의 판문점부근 한 마을에 어여쁜 딸 하나를 둔 촌장이 살고 있었다. 촌장의 딸 옥화는 그 미모가 어찌나 고왔던지 인근 총각들이 보기만 하면 그만 첫눈에 홀딱 반하여 짝사랑에 가슴을 태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옥화에게 참으로 딱한 일이 일어났다. 인근 동네의 성질이 우악스럽고 기운이 황우같은 장사로 이름난 억쇠라는 총각이 물을 긷는 옥화의 자태를 보고 그만 첫눈에 반하여 짝사랑을 하다가 급기야는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된 것이었다. 억쇠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런 말 못할 사정을 모르는 터라,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 도리가 없어 애만 태우고 있었다. “얘, 억쇠야!사람이 삼시 세때 밥을 먹어야 사는 법인데 사흘이 넘도록 밥을 안먹으니 어쩐 일이냐?” “아프단 말여!” 억쇠는 귀찮다는 듯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돌아 누워버렸다. “그래 아프다니, 배가 아프냐?” “아뇨!” “에이구 답답해라. 머리도 안 아프다, 배도 안 아프다, 그럼 어디가 아프단 말이냐, 응?” 어머니가 이렇게 가슴을 치면서 속 시원히 말이나 하라고 졸라대도 억쇠는 끙끙 앓기만 할 뿐, 자세한 병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억쇠가 앓고 있는 병은 다름 아닌 상사병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식음을 전폐하고 끙끙 앓아 누운지 닷새가 지나자 억쇠의 몰골은 못 알아볼 지경으로 변해버리고 우선 무엇보다도 허기가 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글쎄, 이 녀석아! 진맥을 해야 약을 쓰지. 그래,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 응? 어서 말해봐!” “에이, 어무니! 속을 모르면 말을 말란말여?” “에이그, 아 그럼 속을 알게 말이나 속 시원히 해보란 말이다.” “그럼, 어무니! 내 소원 들어 줄테여?” “아. 글쎄 들어 줄테니 소원이 뭐냐?” 어머니가 이렇게 타이르듯 달래자, 억쇠는 어린애같이 얼굴을 붉히면서 히죽히죽 웃기부터 했다. 어머니는 한편으로 안심은 되었지만 이 녀석이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려는가 싶어 걱정이 되었다. “그래, 네 소원이 뭐냐, 응?"“저, 저 말여, 나 장가갈테여. 히히..”“장가? 에이그, 이런 엉큼한 녀석!” 어머니는 하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소리에 그만 억쇠의 머리를 두어번 쥐어박아 주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못할 말도 아니었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은 없었지만 사내 나이 벌써 열아홉이 되었으니 장가가겠다는 것이 잘못일리 없었다. 게다가 기운이 황우같은 장사요 외아들이니 마음 같아서는 하루라도 빨리 짝을 지어 후사를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 어디 맘에 둔 처녀라도 있냐?” “으음, 저... 나 옥화한테 장가갈테여!” “아니, 옥화? 에그, 이 녀석아, 당찮은 소리 입밖에도 내지마라.” 어머니는 황황히 억쇠의 말을 가로막았다. “원 아무리 철이 없고 못 배운 자식이기로서니 그렇게 턱없는 소리를 할까.” 답답할 뿐이었다. 마을 촌장을 대대로 해오는 지체 높은 집안에다 재산 많고 거기다가 인물까지 뛰어나서 감히 마을 사람들이 넘겨다 보지도 못하는 옥화인데 만약에 이런 소리가 마을에 퍼지는 날이면 모자는 영락없이 멍석말이를 당해 쫓겨날 일이었다. 어머니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억쇠와는 빗대어 보기도 미안한 일이었다. “어무늬! 왜 옥화 싫어?” “에이그, 이 철없는 자식아!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랬다구, 가문 좋고 지체 높고 인물 좋은 옥화 아가씨를 너같은 떠꺼머리한테 빗댈 수나 있겠냔 말이다. 응? 에이그, 쯧쯧 철없는 자식...” 어머니는 이렇게 아들을 나무라고 단단히 일렀으나 남녀간의 정분을 어찌 인력으로 막을 수가 있으랴. 억쇠는 더 한층 가슴이 쓰리고 마음이 허전하여 애간장을 태우다가 급기야는 큰 병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러 옥화의 이름을 자꾸자꾸 부르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다급한 판에 이르자 억쇠의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촌장에게 찾아가 백배사죄하고 사연을 말하니 촌장은 행여 소문이 날까 두렵다고 두 손을 내저으며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어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촌장에게 매달려 애원을 다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억쇠는 짝사랑에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죽은지 며칠이 도지 않아서 이 판문점 마을에는 괴이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판문점과 덕현동을 양쪽에 두고 흘러 내려오는 사천강이 자꾸 범람하여 그 위에 놓인 판문교가 물에 떠내려간 것이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죽을 힘을 다하여도 새로 둑을 쌓고 다리를 놓아도 그 다음날로 억수같은 비는 둑을 무너뜨리고 다리를 삼켜버리곤 하였다. “사천강이 넘쳤다아---” “다리가 떠내려 갔다아---” “홍수다! 홍수!” 이런 외마디 소리가 마을에서 그칠 사이가 없었으니, 마을 사람들은 까닭모를 이 변괴에 겁을 먹게 되었고 별의별 소문들이 다 퍼지기 시작하였다. 판문점을 떠나라는 하느님의 계시라고도 하고, 마을이 망할려니까 그런다느니, 소문은 소문을 낳고 자꾸 말이 보태져 번지고 있었다. 마을 촌장은 속이 몹시 탔다. 하루는 견디다 못해 강둑을 살펴보러 홀로 나갔더니, 강둑에 웬 여인이 소복을 곱게 입고 앉아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는게 아닌가! “사랑 사랑 짝사 랑에 병들어 죽은 총각 사천강에 흑룡되어 원한을 품었으니 어이할꼬 그 아씨를 어이할꼬...” 촌장은 그 여인의 구슬픈 노랫가락을 듣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짝사랑에 병들어 죽은 총각이 사천강에 흑룡이 되어 원한을 품었다니 그것은 필시 자기 딸에게 반했던 억쇠를 두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 촌장은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조심조심 여인 곁으로 다가가서 나직이 여인을 불렀다. 그랬더니 여인은 소름이 끼치도록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남기고는 바람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어? 귀, 귀신이었구나! 사람 살려! 사람 살려어!” 촌장은 그만 혼비백산하여 마을로 도망쳐오고 말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을 입밖에 낼 수가 없었다. 사천강이 자구 넘치는 까닭도, 판문교가 자꾸 떠내려가는 것도 다 억쇠의 원한 때문인 것만은 분명한 일이었으나, 만약에 마을 사람들이 그것을 아는 날이면 억쇠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하여 자기 딸 옥화를 제물로 바치자고 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촌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나중에는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밤! 촌장의 딸 옥화가 꿈을 꾸었는데 머리가 셋이나 달린 시커먼 용이 옥화 앞에 나타났다. 옥화는 그만 대경실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흑룡은 껄껄 웃었다. “허허허, 옥화! 옥화!” “아니 댁은 뉘십니까?” “놀랠 것 없소! 나는 당신을 짝사랑하다가 뜻을 못이루고 죽은 억쇠라는 사람이오!” “네에?” “내 생전에 못 이룬 사랑이 한이 되어 죽어서 사천강에 흑룡이 되었으니 홍수가 난 것도 다리가 떠내려 간 것도 당신 아버지가 병이 든 것도 다 내가 조화를 부린 탓이오!” 옥화는 그 말에 그만 흐느껴 울며 흑룡에게 애원하였다. “하오나 저희 아버님만은 살려 주십시오.” “그럼, 내 말을 잘 듣겠소?” “소녀더러 어찌하라 하시는지 어서 말씀이나 해 보십시오.” 흑룡은 순간 껄껄껄 한바탕 웃고 나더니 옥화를 그윽히 바라보며 천천히 말하는 것이었다. “내 이제부터 방법을 이를 것이니 잘 들었다가 그대로 실행하면 다시는 사천강에 홍수가 아니 날 것이요 다리도 떠내려가지 아니 할 것이며 당신의 아버지도 병이 나을 것이오!” “그 방법을 일러주시면 소녀가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옥화는 머리를 조아려 흑룡에게 꼭 일러주는대로 실행하겠노라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하였다. 그제서야 흑룡은 그 방법을 옥화에게 일러주었다. “이 다음에 새로 다리를 놓거든 정성들여 제사를 지낸 후 옥화 당신이 맨 처음 그 다리를 건너시오. 그럼 다시는 홍수가 안 나도록 내가 보살펴 주리다!” “그럼, 소녀가 맨 처음 그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되는 것이옵니까?” “그렇소. 잊지 마시오!” 흑룡은 말을 마치자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튿날 아침,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꿈이라 옥화는 몇 번을 망설인 끝에 간밤의 꿈 이야기를 아버지께 했다. 촌장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참이라 옥화의 꿈대로 실행할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일렀다. 그랬더니 그날로 촌장의 병이 사라지고 사천강에 새로 다리를 놓게 되었다. 돼지를 잡고 산나물을 마련하고 무당을 불러다가 떡시루를 곳곳에 놓고 촌장이 제주가 되어 우선 용왕께 정성껏 제사를 드리니 흐렸던 날씨가 맑게 개이고 산들산들 바람까지 알맞게 불어 마을 사람들은 더없이 기뻐하였다. 이윽고 제사가 끝나고 촌장의 딸 옥화가 새옷으로 갈아입고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가게 되었다. 다리 양쪽에는 인근 마을 사람들이 피리를 들고 꽹과리를 치며 옥화가 다리를 건너는 모양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옥화의 아버지 촌장도 희색이 만연하여 딸이 다리를 건너가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는데 옥화가 다리 중간에 막 이르렀을 무렵, 갑자기 마른 하늘에 뇌성벽력이 일고 시커먼 먹구름이 일진광풍을 몰고와 세상은 일시에 어둠에 싸여 버렸다. 바로 그때 시커먼 머구름속에서 머리가 셋 달린 흑룡이 튀어나와 다리에 서 있는 옥화를 덥석 나꿔채 가지고는 쏜살같이 하늘로 올라가는게 아닌가! “옥화야! 옥화야!” 촌장이 두 발을 동동 구르며 딸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으나 옥화는 비명 한마디 지르지도 못하고 어느새 구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촌장은 그만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으나 마을 사람들이 업어다 치료하여 겨우 목숨만 건졌다. 흑룡이 옥화를 데리고 사라져버린 다음, 하늘은 신통하게도 맑게 개이고 그후부터는 사천의 물이 나날이 줄어 홍수가 나기는커녕 갈수록 강폭이 좁아지더니 나중에는 잔잔한 냇물로 변하였다. 그 뒤에 놓인 다리도 떠내려가는 일이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임진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사천강 지류 위에 놓인 판문교는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과 냇물을 묵묵히 굽어보며 억쇠의 짝사랑을 말해주고 있는데,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통나무 다리가 콘크리트로 변해 남북을 잇는 구실을 해오다가 1950년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부서졌다. 그래서 지금은 앙상하게 뼈만 남은 채 물속에 잠겨있다. 옛날의 덕현동 뒷산에 올라보면 판문점 회담장소 왼편의 냇물 위에 부서진 다리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짝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판문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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